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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에 대하여

by 바람달빛 202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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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기본적 속성은 사실성과 기록에 근거한다. 스마트폰을 들고 내가 오늘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저장하기 위해서다. 한편 SNS에 올라온 사진들이 모두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최소한 그 이미지가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도 아닐 수도 있음을 안다. 보정된 얼굴, 연출된 상황 또는 편집된 영화의 한 장면일 수도 있음을 추측하거나 의심해보기도 한다.
정치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만드는 딥페이크 영상의 가짜 뉴스, 뒤틀린 진실이 담긴 사진들도 내 생활 가까이 있다. 앞으로 더 정교해지고 심해질 것이다. 사진에 관해 사전적, 물리적, 화학적 접근이 아니라 철학적 이해를 하고 싶어졌다. 사진이나 영상, 이미지로 기록하는 매체의 중요성,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책이 있다.
책장에 있는 수전 손택(Susan Sontag)의 대표작인 사진비평서 <사진에 관하여 On Photogaraphy>를 꺼내 들었다. 수전 손택은 20세기 유명한 예술평론가이면서 미국의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자 소설가다. 다수의 영화를 제작했던 영화감독이기도 했다. 극작가, 연극연출가, 문화비평가, 사회운동가 등으로 끊임없이 변신해가며 새로운 문화의 스타일과 감수성을 알리고 비평했다. 
사진과 이미지에 대한 그녀의 분석과 생각을 읽은 책 페이지에 따라 정리해본다.

사진에 관하여

도서명     <사진에 관하여>
               수전 손택 / 이재원 옮김 / 이후 출판사

<사진에 관하여>

39. 스틸 사진은 어떤 순간을 특권화 해 놓은 것으로서, 그 순간을 계속 간직한 채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는 얇은 사물로 뒤바꿔 버린다.
45. 사진은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말해줄 뿐만 아니라 그 내용까지 상세히 보여준다.
48. 사람들은 경험한다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으로 자꾸 축소하려 한다. 결국 오늘날에는 경험한다는 것이 그 경험을 사진으로 찍는다는 것과 똑같아져 버렸고, 공개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이 그 행사를 사진으로 본다는 것과 점점 더 비슷해져 버렸다. 
87. 사진은 실제와 가장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매우 쉽다는 별로 좋을 것도 없는 명성을 얻고 있는 모방 예술이다. 사실, 사진은 유서 깊은 다른 예술이 경쟁에서 줄줄이 낙오되는 와중에서도 마치 초현실주의처럼 지난 1백여 년간 현대의 감수성을 장엄하게 장악해 왔던 유일뮤이한 예술이다.
95. 오늘날의 사진작가들은 피사체를 깊이 연구할 뿐만 아니라 피사체의 한계까지 파악하려고 한다.
98. 이 세상에는 과학자처럼 행동하는 사진작가도 있고 도덕주의자처럼 행동하는 사진작가도 있다. 과학자는 세계를 분류하고 도덕주의자는 역경에 집중한다.
104. 유럽의 사진은 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가(가난한 사람들, 이국적 모습, 지나간 시간), 중요한가(부유한 사람들, 유명한 사람들), 아름다운가 같은 관념에 좌우된다. 흔히 사진은 중립성을 높이 평가하거나 목표로 삼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역사와 견고한 관계를 맺기보다는 역사를 요약한다는 뜻이다. 지리적이거나 사회적인 현실에 관여한다는 뜻인데, 이것은 훨씬 희망적인 동시에 월씬 약탈적인 면모를 띠기도 한다. 
112. 사진이 ‘시간의 상처’를 기록하는데 특히 적합하다.(윌리엄 H. 폭스)
132. 이미지가 범람하게 되면 저녁놀조차 진부해져 보이는 법이다. 슬프게도, 오늘날 저녁놀은 사진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166. 사진의 힘은 우리로 하여금 [사진에 포착된] 어떤 한순간, 그것도 시간의 정상적 흐름이 곧 제자리에 돌려놓을 순간을 마음껏 검토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데에 있다.
172. 사진을 찍는 행위는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되어 왔다. 명석판명한 앎의 행위이자 신중한 사유 행위라고, 혹은 사유에 앞서는 직관적 접근 방식이라고. 
“내가 찍은 최고의 인물 사진은 내가 제일 잘 아는 사람의 사진이다.”(나다르. 유명한 친구들을 품위 있고 표현력 넘치는 사진에 담음.)
"내가 찍은 최고의 인물 사진은 내가 처음 만난 사람의 사진이다" (리처드 아베든)
173. 사진은 사진을 찍을 때가 아니라 사진을 찍기 전이나 뒤에 해야 한다.(앙리 카리티에 브레송)
사진은 앎 없는 앎의 형식이 된다. 다시 말해서, 사진은 이 세상을 정면에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의표를 찌르는 수단이 된 것이다.
176. 탁월한 자아 표현 수단이라며 사진을 옹호하든, 자아가 현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탁월한 수단이라며 사진을 찬미하든, 이 두 태도 간에는 겉보기보다 큰 차이가 없다. 이 두 태도는 사진이 이 세상을 독특하게 드러내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즉 예전에 결코 본 적 없는 방식으로 현실을 보여준다고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178. 사진의 리얼리즘은 ‘실제로’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지각한 것을 보여주는 그 무엇으로 정의될 수도 있다. 그리고 점점 더 그렇게 정의되고 있다.
179. 카메라를 잘만 이용하면 친숙한 것도 신비로워진다.
180. 자신이 아닌 남을 찍은 인물 사진은 곧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의 ‘자화상’이다. 카메라를 통한 자아 발견을 추구했던 마이너 화이트에게 풍경 사진이 내면 풍경이었듯이.
182. 사진은 불명확할 수밖에 없는 자아와 세계의 관계를 보여주는 범례이다. 
186. 사진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기록하고, 편견 없이 관찰하고, 목격하고, 탐구하자. 각자의 작품은 사진이 순수 예술인지 아닌지 더 이상 논쟁하려들지 않는다.
193. 카메라를 사용할 때에는 사진의 순수한 기능, 즉 묘사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미술관이 활랑 같은 새로운 환경에서 전시된다면, 사진은 더 이상 맨 처음 그 사진을 찍을 때와 똑같은 의도나 원래 방식대로 피사체를 보여주지 못하게 된다. 이제 그 사진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볼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린다.
194. 뛰어난 사진작가의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데이 포토저널리즘이 성공한 이유가 있다. 사진은 개성 있는 예술가의 의식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니라 이 세상을 보여주는 이미지(혹은 복제)로서 힘을 갖는다. 
196. 사진에 흐르는 일관된 스타일 (아베든이 찍은 인물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흰색 배경과 평면적인 조명, 앗제가 찍은 파리의 거리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회색 빛 등)은 사진에 찍힌 재료의 통일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제재는 관람객들의 호감을 꽤 좌지우지하는 듯하다. 
197. 아주 잠시 동안(그러니까 스티글리츠가 등장한 때부터 웨스턴이 주도권을 쥐게 된 때까지), 사진을 평가하는 견고한 기준이 확립된 적이 있었다. 완전무결한 조명, 구성 능력, 명쾌한 주제, 정확한 초점, 완벽한 인화 상태 등이 그것이었다.
201. 사진을 평가하는 언어가 빈곤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사진 비평의 전통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202. 사진이 예술로 인식되는 것은 사진 자체에 그렇게 볼만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회화와 사진이 공유하는 평가 기준 중의 하나는 혁신성이다. 회화와 사진은 시각 언어에 새로운 형식이나 변화를 제시했을 때 높이 평가받는다.
회화와 사진이 공유하는 또 다른 평가 기준은 일종의 영기靈氣이다. 발터 벤야민은 이 영기야말로 예술 작품의 결정적 특징이라고 여겼다. 
203. 회화나 시는 단순히 오래됐다고 해서 더 나아지지는 않지만, 사진은 충분히 세월을 타기만 하면 감동적일 뿐만 아니라 흥미로워지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나쁜 사진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덜 흥미롭고, 덜 그럴듯하고, 덜 신비한 사진이 있을 뿐.
209. 사진은 시각적 대상을 가리키는 관념을 정확하게 옮겨준다. 언어의 착각을 폭로해 주기 때문에 글쓰기와 동일한 일을 한다.(발레리)
213. 사진이 원래 예술의 형태를 띠었던 것은 아니다. 예술 작품을 만들 때 활용하는 매개체이다. 어떤 사진작가들은 순수 예술의 전통적인 개념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진작가들은 애초부터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독자적인 오브제-즉, 예술이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말해주는 예술 개념에 부합하는 사진을 생산해냈다. 사진의 힘, 그리고 오늘날 미학적 관심사에서 사진이 차지하고 있는 주된 역할은 사진이 예술의 이 두 가지 개념을 모두 강화시켜 준다는 데 있다. 그렇지만 결국 사진은 예술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만드는 경향이 더 강하다.
214. 사진은 또 다른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작업이다. 그 자체로 예술의 형태를 띠고 있지는 않지만, 사진은 모든 피사체를 예술 작품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233.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루기 힘들고 접근하기 쉽지 않고 여겨지는 현실을 꽁꽁 가둬두는 방법이자, 꼼짝 않고 그대로 제자리에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우리는 현실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이미지를 소유할 수는 있다. 또는 이미지를 통해서 현실을 소유할 수는 있다.
235. 사진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이 아니라 이미지에 즉각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237. 사진은 과거의 기록뿐만 아니라 현재를 대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까지 제공해 준다.
242. 현실감을 고양시키는 여러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사진이라는 사실.
247. 우리에게 사진은 대화인 것이다.
249. 우리는 사진으로부터 정확하게 어떤 것을 말할 수 있고어떤 목적에도 사용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낸다. 현실에서 분리되어 있는 것은 이미지를 통해서 결합된다. 사진에서는 원자폭탄이 폭발하는 장면도 안전함을 선전하는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
251. 독창적인 시각을 소유한 사진작가와 객관적인 기록자로서의 사진작가의 사이에 별 구분이 없다. 때로 이들의 다른 점은 기록으로서의 사진과 예술로서의 사진을 구분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잘못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사진의 의미, 즉 세계 속이 존재하는 모든 것을 가능한 모든 각도에서 포착하고그 포착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확대하는 작업이라는 공통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
251. 카메라는 진행 중인 모든 상황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하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현실 대처 수단으로서의 시각을 창출해내기도 한다.
254. 자본주의 사회는 이미지에 기반한 문화를 필요로 한다. 
255. 사진이 보여주는 내용이 결국 자신의 욕망을 표현한 것.
256. 이미지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미지는 무한한 원천-소비자들이 아무리 낭비한다 해도 고갈될 수 없는 자원이기 때문에, 일종의 환경보호 같은 개선책을 써야만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만약 현실 세계가 이미지를 끌어안을 수 있는 더 훌륭한 방법이 존재한다면, 실제 사물뿐만 아니라 이미지까지 다룰 수 있는 생태학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260. 외면은 내면을 드러내는 그림이며, 얼굴은 모든 인격의 표현이자 현시라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그럴듯한 가정이다.
사진은 ... 우리의 호기심을 가장 완벽하게 충족시켜 준다.(쇼펜하우어)
279-280. 우리는 객관적 시각을 갖기 위한 가장 믿을 만한 조력자인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 
사진이 나온 지 100년, 영화가 만들어진 지 20년의 세월을 통해 이제 이런 측면은 매우 익숙해졌다. 우리는 모든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고 말하지 모른다. 그런데도, 그 긴 세월 동안 누적된 결과는 시각적인 면에서 성취한 박식함뿐이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관계를 이뤄내는 것이 우리의 삶에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체계적으로 이를 만들어내기를 소망한다. (라즐로 모흘리 나기)
283. 삶의 인체 표피를 따라 그 존재를 늘 충분히 드러낸다. 짧은 지친 웃음, 손의 떨림, 구름을 헤치고 일시적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기록하면서, 고정된 순간의 모든 것을 압축해 얻어지는 활기가 곧 삶이다. 미묘하고 순간적인 반응을 기록하는 것, 그 순간의 모든 존엄함을 표현하는 것은 카메라만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도 그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다. 그의 느린 손이 수많은 관련 사항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긴 시간 동안, 마음은 한순간의 진실을 변하지 않게 간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헛되어 그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빛의 효과를 통해 그들이 보여주고자 노력했던 것은 바로 순간의 진실이기 때문에, 인상주의는 바로 이곳, 바로 현재의 경외감을 한 폭의 그림으로 남기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인상주의 화가들이 분석하고자 분주할 때, 이미 빛의 순간적인 효과들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인상’은 일반적으로 포개진 인상들의 나열로 남아 있게 된다. 스티글리츠는 인상주의 화가들에 비해 더 좋은 길을 선택했다. 그는 그를 위해 제작된 도구, 카메라로 곧장 달려갔다. (폴 로젠펠드)
284. 카메라는 내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도구이다. (앙드레 케르테스)

마무리

사진을 찍고 보는 일은 내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모든 것들에 대한 적극적인 사유 방법 중 하나다. 
예술과 문화에 대한 비평, 사회적 모순과 문제점에 대해 글을 썼던 수전 손탁의 사진에 관한 지식의 방대함에 감탄하며 읽었다. 자신이 천착한 주제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어 자신만의 이미지를 생산하고 편집하고 그리고 자신의 해석을 단다. 쭈욱 펼쳐진 사진처럼 보이는 나열식 글들을 읽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기승전결 짧은 글에 익숙해진 나의 짧은 독서력을 탓해 본다.
내가 사진작가이든 아니든 마주치는 고민하는 문제를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에서, 삶을 나만의 시선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이란 매체는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스마트폰을 들고 열심히 사진 찍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내가 선택한 도구(사진)에 대해 장점과 단점을 인지하고 사용해야 함은 사용자의 기본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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