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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관의 진화

by 바람달빛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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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스튜디오가 대세

강남 고속터미널에 꽃 도매상가를 가는 도중에 센트럴시티 안에 새로 생긴 핑크빛 사진관이 눈길을 끈다. 요즘 한창 유행인 셀프 스튜디오인데 간판이 '데이비스 셀피샵' 이다.
내가 일하는 철산역 근처 상업지구 팬시점 가게 입구에 설치되어 있던 '인생 네 컷'이란 셀프 포토 부스(사진 찍는 기계)를  3년 전 처음 봤을 때는 업그레이드된 스티커 사진이 다시 유행을 하는 걸로 생각했다.  2022년 요즘은 그 근처에 셀프 포토 부스 외에 셀프 스튜디오, 무인 사진관 형태의 사진관이 다섯 군데 생겼다. 인생 네 컷, 포토이즘, 포토이즘 박스, 포토시그니처, 하루필름.

셀프 스튜디오 체인점

동네 사진관의 진화

사진 찍기의 유행은 시대마다 변화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유행하던 '스티커 사진'은 현재 놀이 공원이나 대형마트에 가면 가끔 볼 수 있다. 
다양한 배경과 뽀샤시의 대명사로 유명했던 이미지 사진 체인점 '스타샷'도 전국적으로 성황을 이뤘으나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 힘들다.
2000년대 초까지 친구들끼리 연인끼리 지갑에 스타샷 사진 하나씩 넣고 다녔었다.
2008년쯤 신사동에서 생겨난 렌탈 스튜디오는 이후 홍대, 동대문 부근으로 퍼졌다. 자본금만 있으면 너도나도 사진관을 차렸다. 지나친 경쟁의 결과는 사진 단가와 부가가치의 하락을 가져왔다. 기존 전문 사진 작가들은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자본가들이 사진관을 우후죽순으로 내면서 사진 한 장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격 거품이 빠질 정도의 적당한 경쟁은 괜찮으나 지나친 가격 하락은 피해자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사진관끼리의 지나친 경쟁은 결국 업체 부도였다. 성장앨범을 계약했다가 중도에 업체가 망해 손해 보는 고객도 생겼다.
휴대폰 카메라는 점점 좋아지고, 디지털 카메라 촬영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진은 사람들에게 점점 친숙해져 갔다.
사람들은 완벽한 조명, 구도보다 친구, 연인, 가족들과 부담 없이 셀프 스튜디오를 찾아 추억을 남기는 데 의미와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듯 싶다.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관에 갈 필요가 없어지게 되자 사진 찍을 공간만 제공해 고객들이 촬영에서 보정, 인화까지 스스로 하도록 돕는 셀프 스튜디오(렌탈스튜디오)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용료가 시간당 몇만 원으로 정해져 있어서 각자의 예산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사진 촬영이 취미인 지인이 있다면 돌사진, 가족사진은 편하게 잘 촬영할 수 있는 셈이다.
반값 사진관이 생겨 돌사진을 알뜰하게 촬영하려는 실속형 주부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2022년 사진관이 진화되었다. 
리모컨을 들고 스스로 사진을 찍는 셀프 스튜디오가 대세다.  5천 원짜리 한 장이면 그럴싸한 사진 한 장을 바로 뽑아주는 셀프 사진 부스도 있다.
왜 셀프 스튜디오, 셀프 사진 부스가 인기일까?
주 고객은 누구인가?
이용하는 소비층은 10대, 20대 MZ세대다. 이들에게 사진을 찍은 것은 일상이고 놀이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일상의 소소한 재미로 쿠키 한 입 먹듯, 음료수 한 잔 마시듯 찍는다. 간편하고 재밌게 맛있게 순간을 찍고 담고 인스타에 올린다.  
내가 아는 나만의 모습을 남을 의식하지 않고 리모컨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순간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코로나 이후 무인 매장, 키오스크 매장이 늘었다. 창업하는 사장님에게 무인으로 24시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은 인건비가 0이므로 비용 절감 효과 측면에서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 올 것이다.  
이번 주에 한 번 가서 찍어 볼까? 인생 네 컷, 포토이즘, 하루, 포토시그니처, 데이비스 셀피샵, 서쪽 사진관, 컬러오브엑스엑스, 흑백 사장, 유어셔터, 포토매틱˙˙˙.
정말 많다.
이들 중 또 어느 곳이 남아 변화의 세월을 함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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