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방문기
15만 장의 푸른 기와 아래 숨 쉬는 역사 속을 걸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2022년 5월 10일에 대중에게 전면 개방된 청와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74년 만에 국민들에게 개방되었습니다.
어떤 장소이기에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겼을까? 대통령들은 어떤 곳에서 업무를 보고, 어떻게 생긴 공간에서 살았을까? 6월 3일 대선 이후에 대통령 집무실은 어디가 될까? 궁금증을 가지고 찾아온 5월 22일, 청와대를 방문했습니다.
뉴스에서만 보았던 그 공간을 직접 두 발로 거닐면서 스마트 폰으로 담은 사진과 함께 후기를 남깁니다.
#설렘안고_청와대로 #드디어_입성
청와대 관람은 사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청와대, 국민 품으로' 누리집을 통해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했어요. 5월 22일 오전 9시, 첫 타임으로 예약했습니다.
예약 당일, 01A번 버스를 타고 '춘추문 정류장'에서 하차해서 도보로 3~4분 걸으니 춘추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오전 8시 59분에 춘추문이 열리고 정확히 오전 9시부터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예약자는 미리 발급받은 바코드를 찍고 바로 입장 가능했고, 65세 이상의 현장접수 하시는 분들의 경우는 주민등록증이 필요했습니다.
드디어 청와대 경내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프레스센터로 사용했던 춘추관이 보입니다.
가장 먼저 입구 안내소에서 설명서(지도)를 챙긴 후 청와대의 상징, 본관부터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본관의_푸른기와 #역사의_무게감
전통 건축양식의 팔작지붕에 15만 장의 푸른 기와가 빚어내는 독특한 색감과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본관 모습은 차분하면서도 자연과 썩 잘 어울렸습니다.
실내에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입니다.
오전 10시에 있는 본관 설명회를 듣고 싶었지만 예약해야 참석할 수 있더라고요. 아쉽ㅠ
대통령 집무실과 외빈 접견실 등이 있었던 본관 내부는 일부만 개방되어 있지만, 그 공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중요한 결정들이 이루어졌던 순간들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본채 1층에는 간담회나 소규모 만찬장으로 사용한 인왕실, 영부인의 공간이 집무실과 무궁화실이 있습니다. 2충에는 대통령 집무실, 접견실, 회의 장소인 집현실이 있습니다.
서쪽 별채에는 국무회가 열렸던 세종실, 동쪽 별채에는 임명장 수여식 등에 사용된 충무실이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 사진과 영부인 사진도 볼 수 있었습니다.
#석조여래좌상_미남불 #오색구름_오운정
석조여래좌상과 오운정을 보기 위해 청와대 경내 가장 위쪽을 향해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통일신라 불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석조여래좌 불상은 본래 경주에 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1913년경 경주에서 서울남산의 왜성대 총독 관저에 놓였다가 1930년대 총독 관저가 지금의 청와대 자리로 이전하면서 함께 옮겨졌습니다.
국가지정문화재(보물)인 경주 석조 여래좌상은 자비로운 얼굴, 균형잡힌 신체, 풍부한 양감으로 미남불로도 불렸다고 합니다.
오운정은 '오색구름이 드리운 풍광이 신선이 노는 곳과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신선 두 분이 바둑 두며 담소를 나눴을까요?
이승만 대통령의 글씨를 새긴 현판이 있는 정자입니다.
경복궁 후원에 휴식을 위해 지은 것으로 고종 4년 이후 1900년 전후쯤에 건축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원래 위치는 현재보다 아래쪽에 있었으나, 1989년 대통령 관저를 신축할 때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습니다.
산책길을 따라 내려오면 침류각이 보입니다. 경복궁 후원에 연회를 베풀기 위해 지은 건물입니다.
원래 위치는 현재보다 서쪽에 있었으나 1989년 대통령 관저를 신축할 때 지금의 위치로 이전했습니다.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는다'는 뜻에서 침류(枕流)라는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놓치고 싶지 않은 선조들의 네이밍(naming) 능력 아닐까요.
#관저_생활공간 #상춘재의_고즈넉함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대통령 관저입니다. 대통령과 그 가족이 생활했던 곳입니다.
노태우 대통령 때 새로운 본관을 짓기로 하면서 1990면 10월 관저를 신축, 1991년부터 본관을 사용하게 됨에 따라 대통령의 공적인 업무공간과 사적인 공간이 구분되었습니다.
구 본관에서 집무하던 시기에는 구 본관 2층이 대통령 생활 공간이었답니다.
전통 목조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관저는 겹처마에 팔작집붕으로 청기와를 얹고 있습니다. 생활공간이 본채와 접견공간이 별채가 'ㄱ'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앞마당에는 뜰과 사랑채가 있습니다.
정갈한 정원에서 단아한 아름다운 외부 모습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봄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의 상춘재는 1983년에 소규모 행사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습니다. 고요하고 아늑한 목조건축물로 내외빈에게 우리나라 전통가옥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입니다.
#녹지원의_평화로움 #영빈관의_화려함
처음 출발한 장소인 춘추관에서 청와대 본관으로 걸어갈 때 보았던 녹지원을 지나 영빈관으로 향했습니다.
녹지원은 활짝 펼쳐진 푸르른 잔디밭과 대통령들의 기념 식수를 비롯해 120여 종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합니다. 잔디밭 중앙에 서 있는 수령 170년이 넘었다는 반송은 그 자체로 역사의 증인처럼 느껴집니다.
입장한 지 한시간이 넘어가니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합니다.
녹지원의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싶으시다면 오전 9시 입장을 권합니다.
관람객 휴게 공간이나 산책길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 정상들이 방문했을 때 공식 만찬이나 공연이 열렸던 영빈관에 도착했습니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양식을 떠올리게 하는 화강암 기둥들과 기와지붕의 외부전경이 세종문화회관과 비스무리한 느낌을 줍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978년에 건립됐다고 합니다. 그때는 이런 양식이 우리나라 최고 건축물의 스타일이었겠지요.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 아래에서 펼쳐졌을 만찬장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춘추관, 녹지원, 본관, 관저, 상춘재, 영빈관... 곳곳에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역사가 깃들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넓은 경내를 거닐며 각 건물과 정원이 담고 있는 의미가 적힌 안내문을 읽다 보니, 마치 대한민국 근현대사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청와대가 좋은 곳인지 안닌지는 잘 모릅니다. 북악산(백악산)을 등지고 청계천과 한강이 흘러 배산임수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는 명당이지만 평범한 인간이 감담하기 어려운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다는 곳이라고, 그래서 여러 대통령들이 불운을 겪는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북악산과 인왕산의 형세가 날카로운 칼날 형세인지, 청와대 기운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모든 장소는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에 달린 문제 아닌가 싶기도 하구.
당선된 대통령이 다시 청와대에서 업무를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임기 하는 동안 다음 후배 대통령을 위해, 대한민국 품격을 위해 보수 공사도 하시고, 우리나라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미술, 음악 등등도 갖추시길 소망해 봅니다.
관람을 마치고 오전 11시쯤 도착한 정문은 사람들로 매우 붐볐습니다.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많은 방문객들을 보면서 '청와대 기운 마음껏 누리고 가세요~' 조용히 외치며 청와대 담장을 벗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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