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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니체의 콧수염

by 바람달빛 2023.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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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왜 콧수염을 길렀을까?

1875년 니체

'우린 우리의 첫인상이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보통 한 가지 두드러지는 특성만이 눈에 남아 전체적인 인상을 결정짓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신사답고 현명한 남자라면 큰 콧수염을 단 뒤, 콧수염의 그림자 뒤에 앉아 안정을 찾을 것이다.' <아침놀>

26세에 교수가 된 니체는 학생과 구별짓는 외모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는 풍성하고 커다란 콧수염을  남성답고 근엄해 보이는 이미지 장치로  이용했다. 

니체의 저서 <아침놀>에서 보듯 그는 콧수염 효과의 탁월함을 알고 자신에게 적용했다. 니체가 사망한지 123년인  2023년,  나는 북실북실한 콧수염을 니체의 트레이드마크(trademark)로 기억하고 있다.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정동호 옮김/ 책세상

▪️ 줄거리 
산 속에서 수행한 차라투스트라가 도시에 들어서며 군중과 만나 자신의 깨달음을 설파하는 내용이다. 아포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잠언서다.
 “너희에게 위버멘쉬를 가르치노라.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너희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고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에게 질문한다. 그는 비천한 무리에게 삶에의 긍정과 타고난 기쁨, 천부적 본성으로서의 의지를 심어주려고 여러 가지 비유를 들며 이야기를 한다. 
사람은 짐승과 위버멘쉬 사이의 존재다. 신은 없다.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결핍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작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어린아이 같은 자유정신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는 자, 기존질서와 자신의 결핍과 단점을 깨고 확 넘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자가 위버멘쉬라고 설파한다.

▪️  느낌
니체의 은유들. 많은 아포리즘이 머리를 아프게 한다. 감각적으로 쓴 비유는 쾌감을 주지만 피로 쓴 은유는 읽는 이에게 고통과 위로를 동시에 준다.  90%의 뭐지? 와 10%의 위로를 받는데 그 10,20%가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니체의 문장이 나에게 용기를 주고, 극복할 에너지를 충전하게 했다. 내 자신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오늘의 나를 넘어서고자 노력하게 자극을 준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책의 2부 쯤부터 읽어 갈수록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니체의 외로움과 서러움, 몸부림 그리고 인정받지 못한 학자의 치졸한 오만함도 느껴본다. 성공하지 못한 자의 비애와 연애에서 차인 남자의 원망을 이렇게 표현한 건가 싶기도 했다. 은유의 문장들은 이렇게 독자의 열린 상상력과 해석을 불러온다.
오독의 즐거움에 퐁당, 차라투스트라의 바다에 빠졌다.

▪️  나에게
🔹모순 : 창과 방패를 지니고 사는 게 인생
위버멘쉬란 자유의지로 짐승 같은 존재에서 신 같은 초인 단계로 스스로 나아가는 자다.
위버멘쉬의 자세로 살던 니체는 말년에 퇴행과 광기 속에서 10년을 살다가 죽었다. 차라투스트라와 광인, 정오와 한밤중, 태양과 달로 니체에 투사된다.  지혜로 똘똘 뭉쳐 있던 빛나던 철학자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동생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한 사람.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음을 향해 간다. 죽음을 극복할 수는 없다. 태어나면서 죽음은 시작된다. 함께 한다. 공존한다.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인정해야지 극복하는 대상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이나 고통, 실패나 결핍을  극복해야 할 무엇으로 보지 말고 함께 공존하는 법부터 배우는 것이 우선이다.

죽음을 잘 맞이하는 법, 우울을 잘 데리고 사는 법 같은 것 말이다. 더 많이 생각해서 내 삶을 완성하는 법은 스스로 하나씩 쌓아가는 것.  잘 산다는 것, 내 삶을 완성한다는 의미는 현재의 내 시간을 즐겁게 잘 죽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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